Ⅰ. 서론
북한은 식량작물을 재배하기에 불리한 경사도가 높은 산지가 국토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Hong, 2003). 특히, 함경산맥과 부전령산맥 등이 위치한 함경북도는 상당부분 지역에서 고도가 높은 산악지형이 형성되어 있어 작물 재배에 유리한 평야지가 일부에만 국한되어 나타난다(Yoon et al., 2006). 북한에서는 이러한 지형에서 식량작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작물 재배에 불리한 산림 식생 지역을 농경지로 개간해왔다(Park and You, 2009). Lee et al. (2003) 은 함경북도 회령지역에서 1987년과 2001년 사이에 농경지가 36.9% 증가한 반면, 산림지는 16.5% 감소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함경북도 두만강 하류 지역의 온성, 새별, 은덕 지역에서 농경지의 고도와 사면경사도가 30% 정도 높아진 것으로 보고되었다(Lee et al., 2003).
경사지에서 작물을 장기간 재배할 경우,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형적으로 경사진 고령지 는 강우에 의한 토양 유실위험이 평지보다 높다(Pimental and Kounang, 1998;Balasubramanian, 2017). 또한, 산지에서 농경지로 개간되었을 경우, 낮은 유기물의 함량이 낮아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비료가 사용되어야 한다(Park et al., 2005). 예를 들어, Hong et al. (2010)은 개간된 고랭지 밭 지역의 토양 유기물 함량이 평균 1.87%로 적정범위인 2.5~3.5%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특히, 북한에서는 국제적 제재로 인해 화학비료의 공급이 어려워 토양유기물이 부족한 개간 농지에서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
사료작물은 토지 피복을 개선하고 토양 유기물 함량을 증가시켜 농경지에서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Gülser, 2006;Crotty et al., 2015). 사료작 물로 구성된 피복작물들이 경운을 최소화하여 재배될 경우, 토양 침식 위험을 낮출 수 있다(Seo et al., 2005). 질소를 고정하는 두과 녹비작물의 경우 식물체 내 질소 함량이 높고 토양 환원 후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일 수 있다(Utomo et al., 1990;Seo et al., 2000). 따라서, 두과류 사료작물을 경사지에서 재배할 경우, 인위적인 비료 투입을 최소화하고도 토양 유실을 방지하고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산림지역 경사지가 농경지로 개간된 비중이 높은 함경북도에서 농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두과 사료작물들이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Lee et al., 2005).
북한의 경사지 환경에서 두과류 조사료인 알팔파(Medicago Sativa L.)를 재배할 경우 토양 유실 경감 및 토양 유기물 공급에 유리하다. Liebman et al. (2012) 은 알팔파와 귀리를 혼작하였을 경우, 귀리로만 조성된 농경지보다 질소와 유기물 함량이 각각 최대 2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보고하였다. Bak and Lee (2021)는 고령지에서 알팔파를 피복작물로 옥수수와 함께 재배하였을 때, 관행재배보다 토양 내 유기물 함량이 높았고, 미생물활성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농경지 토양이 개선됨을 보고하였다.
함경북도 지역에서 알팔파가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기후적합지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에서 식량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식량작물을 우선적으로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사료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적이다. 이러한 지역에서 사료작물 재배를 지원하기 위해, 재배 적합 지역을 사전에 파악하여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더해, 사료작물 재배가 정착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합지 평가를 위해 미래 기간의 기후변화 조건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Kim et al. (2014)는 공간분포모델을 활용하여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한반도 내 재배적합도를 현재와 미래 기후조건에서 평가하였다. 또한 Kim et al. (2012)는 RCP 8.5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한반도 내 겨울보리의 안전재배지대의 지리적 변화를 10년 단위로 예측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기후적합도 예측 모델을 활용하여 함경북도 지역을 대상으로 알팔파의 기후적합도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특히, 이전에 보고된 알팔파의 실제 재배지역과 기후적합도의 비교를 통해 기후적합도 예측 모델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다수의 기후모델로부터 생산된 미래기후자료를 적합도 모델의 입력자료로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불확실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러한 조건에서 알팔파의 재배 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함경북도 내 행정구역별 기후적합도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재배 적합지의 전망은 향후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을 때, 사료작물 재배 관련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위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Ⅱ. 재료 및 방법
1. 연구 대상 지역
함경북도는 대부분이 산악지대로서 평야지대가 적다. 또한, 해당 지역은 위도가 높고 대륙성 기후를 가지고 있어 여름철과 겨울철 평균 기온이 19.4℃ 및 -3.6℃로 연교차가 심하다(https://data. kma.go.kr; accessed on 9/16/2023). 내륙인 두만강 연안 지방의 강수량은 연평균 500 mm인 반면, 해안지역인 청진 일대는 연평균 강수량이 700~800 mm 수준으로 동일 행정구역내에서도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크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주요 식량작물로 벼, 옥수수, 콩 등이 포함된다(Kim et al., 2021). 옥수수가 가장 재배가 많이 이루어지는 식량작물로 2020/2021년 함경북도의 재배면적은 69,900 ha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벼와 콩의 재배면적은 각각 24,500 ha 및 20,000 ha이었다. 이들 주요 곡물 작물들이 재배되는 면적은 전체 면적의 6.8%로 식량작물이 재배되기 어려운 경사지나 작부체계의 일부로 사료작물이 재배될 경우 농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2. 기후적합도 분석 대상 작물
알팔파는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북한에서 다량의 비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토양 유기물 함량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Barnes and Sheaffer, 1985). 알팔파는 내한성 및 내건성이 높아 함경북도에서 재배가 유리한 작물이다. 예를 들어, 알팔파는 영하 25°C 이하의 극한 기온에서도 생존할 수 있으며, 가뭄조건에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알팔파의 발아 최소온도는 2°C이기 때문에 타 작물에 비해 파종시기를 늦출 수 있다. 알팔파 발아와 생육초기 적정온도는 각각 18.3~25°C와 20~29°C이다 (Undersander et al., 1997). Shewmaker et al. (2013) 은 알팔파 재배를 위한 적정 강수량은 500~1170 mm 인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Barnes and Sheaffer (1985)는 알팔파의 수분 요구량은 환경에 따라 다르나 평균적으로 건물 1톤당 56~73mm·ha-1의 관개량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3. 기후적합도 모형
함경북도 지역에서 알팔파의 기후적합도 지수를 계산하기 위해 Kim et al. (2018)이 제안한 Fuzzy Union 모형을 사용하였다 (Fig. 1). 이 모형은 작물 재배 기간의 최적 온도와 강수 조건을 평가하는 자연어 형태의 규칙을 퍼지로직(fuzzy logic)을 활용하여 평가한다. 작물이 재배되는 기간 동안 월 단위로 최적 온도가 지속되는 시간과 강수량이 최적 범위에 위치한 정도를 지수화하여 누적하고 재배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온도 및 수분 스트레스의 발생 여부를 가중치로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기후적합도(Suit)를 계산한다(Kim et al., 2018):
여기서 θm, βm, τm는 각각 월별 온도 적합도, 강수 적합도 및 스트레스 지수를 나타낸다. θm와 βm 값은 월별 온도와 강수량이 적합도에 만족하는 정도를 퍼지화하여 0과 1사이의 지수로 계산한다. τm 값은 월별 최고온도와 최저온도가 적합 범위를 벗어나거나 장기간 강수적합도가 만족되지 않았을 때 0 이상의 값으로 계산된다. 만약 연 최저기온이 생존 최저 온도보다 낮은 경우, 기후적합도는 0으로 된다. 모형으로부터 얻어지는 기후적합도 값은 0~1사이의 값으로 결정되며 값이 클수록 적합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 기후적합도에 100을 곱하여 0~100 사이의 범위를 가진 기후적합도 지수(Suitability Index, SI)를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Fuzzy Union 모형은 온도와 강수량에 대한 기후적합도를 계산하기 위해 작물별로 설정된 작물 모수값들이 사용된다(Table 1). 한계 및 적정 강수량과 생육 온도 조건을 정리한 EcoCrop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여 Fuzzy Union 모형의 모수를 설정하였다. EcoCrop 데이터베이스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GAEZ (Global Agro-Ecological Zones) 데이터 포털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베이스로(https://gaez.fao.org/pages/ecocrop), 2000종 이상의 작물에 대한 재배 조건 및 생태적 특성이 수록되어 있어 작물의 모수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별도의 모수 추정 과정 없이 EcoCrop 데이터베이스의 모수를 활용하여 기후적합도를 분석하였을 때 비교적 신뢰도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Ramirez-Villegas et al., 2013). 본 연구에서는 Community Agricultural Model Platform 에 탑재되어 있는 Fuzzy Union Cool Season Forage API (https:// fzcsf-api.camp.re.kr//FZCSF)를 활용하였다.
4. 모형 입력 자료
기후적합도 계산을 위해 WorldClim 전자기후도 자료를 Fuzzy Union 모형의 입력자료로 사용하였다(https://www.worldclim. org/data/index.html; accessed on 11/06/2023). 우선, 함경북도 내 사료작물의 기후적합도를 분석하기 위해 현재(1970~2000년) 기간의 공간적 기후 자료를 사용하였다. 현재 시점의 WorldClim 자료는 전세계에 분포한 9,000~60,000개의 기상관측소 자료를 공간내삽하여 생성되었다(Fick and Hijimans, 2017). 이들 기후 자료는 전구 규모에서 10km 수준의 공간해상도를 가지도록 생산되었다. Worldclim 자료에는 최소, 최대 및 평균 온도, 강수량, 일사량, 풍속, 수증기압 및 총 강수량 등 주요 기후요소들에 대한 월별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최대 및 최저 온도와 강수량 격자 자료를 기후적합도 모형의 입력자료로 사용하였다.
미래(2021~2100년)에서의 기후적합도를 전망하기 위해 IPCC 6차 보고서에 활용된 SSP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시나리오 조건에서 생산된 WorldClim 자료를 활용하였다. SSP 시나리오는 기존의 온실가스 농도 변화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변화까지 상정하여 예측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본 연구에서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한 SSP5-8.5 시나리오가 적용된 기후 전망 자료가 사용되었다. 현재 기후(1970~2000) 와 2090년대의 미래 기후 간의 기후 변수의 변동을 확인한 결과, 함경북도의 평균 기온은 약 6.1℃ 상승하였고, 연 강수량은 약 872mm로 22% 상승하였다. 특히, 여름철(6~8월)의 최대 기온의 경우 현재 기후조건에 비해 약 8.6℃ 상승하였다.
5. 재배 적합지 판정 임계값 설정
현재 조건에서 재배 가능 지역을 판별하기 위해 기후적합도의 임계값을 설정하였다. 우선, 알팔파의 분포에 대한 지점들을 GBIF (Global Biodiversity Information Facility) 사이트에서 수집하였다(GBIF, 2023). GBIF는 전세계 생물다양성의 정보를 관리하는 국제기구로, 국가 및 비정부기구와 개별 연구소의 참여를 통해 생산된 생물종 위치정보를 과학자와 일반 대중에게 제공한다. 수집된 자료에 대하여 중복되는 지점을 제거하여 총 36,388개의 알팔파 관측지점 정보를 사용하였다(Fig. 2). 이후 전세계 알팔파의 관측지점으로부터 기후적합도 값을 추출하여 경험적 분포를 생성하였다. 이들 분포에서 90%의 관측지점이 포함되는 기후적합도값을 임계값(TH)으로 설정하였다(Kang et al., 2022). 임계값의 계산을 위해 R 프로그램에서 공간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terra 패키지의 extract 함수를 사용하였다.
6. 기후적합도와 재배면적 비교
북한이라는 지역 특성상 북한의 알팔파 재배면적 자료를 수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함경북도와 유사한 위도에 있으며 알팔파의 재배가 활발한 미국 북부 주들을 대상으로 알팔파 재배면적의 자료를 수집하여 기후적합도와 비교하였다 (Table 2).
재배면적 자료는 USDA-NASS 웹사이트(https://www.nass. usda.gov/; accessed on 11/20/2023)에서 수집하였다. NASS는 미국 농무부의 통계 부서이자 미국 연방통계시스템의 주요 통계 부서로, 미국내 작물의 재배면적, 수확량, 생산량과 관련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1971~2000년 동안 조사된 알팔파 재배 면적 자료를 수집한 후 30년간 평균값을 기후적합도와 비교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기후적합도와 미국 북부 주의 알팔파의 실제 재배면적을 비교하기 앞서 해당하는 주의 전체 면적과 알팔파 재배 면적을 비교하여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이후 알팔파 재배면적 데이터가 존재하는 미국 북부의 18개 주에서 기후적합도와 재배면적을 비교하였다. 행정구역별 기후적합도의 면적(AS )은 다음과 같이 계산되었다:
여기서 Icell는 각각 셀에 지정된 기후적합도의 값을 나타낸다. 각 주의 알팔파 재배면적과 기후적합도가 TH값보다 높았던 면적을 비교하여 상관분석하였다.
7. 앙상블 기후적합도 전망
미래 기후 조건에서의 재배적지 변화는 관측값으로 검증될 수 없으며, 미래 기후 시나리오 자료에 따라 예측 값의 불확실성이 크다(Suh et al., 2012).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개별 기후모형에서 얻어진 시나리오 자료를 입력값으로 하여 얻어진 결과를 통합하는 앙상블 기법을 사용하였다. 각 기후자료의 불확실성 기여 정도가 편향적이지 않고 동등하다고 가정한 후 개별 모형자료로부터 얻어진 결과 값의 평균으로 기후 적합도 지도를 생성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총 11종의 전지구 기후모형로부터 얻어진 WorldClim 기후자료를 사용하였다(Table 3). 또한, 2030년대(2021~2040), 2050년대(2041~2060), 2070년대(2061~2080), 2090년대(2081~2100)를 대표하는 전자기후도를 활용하여 각 미래 기간별 기후적합도를 전망하였다.
각 단일 모형 자료를 사용하여 얻어진 기후적합도 값의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구역별로 boxplot을 생성하였다. 또한, 단일 기후모형자료를 이용하여 예측된 기후적합도의 편차를 확인하기 위해 기후적합도 값의 변동계수를 각 연대별로 분석하였다.
8. 행정구역별 기후적합도 예측
함경북도의 행정구역별로 기후적합도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시군단위 행정구역 경계를 나타내는 벡터 형식의 파일을 GADM (Database of Global Administrative Areas) 웹사이트 (https://gadm.org/maps/PRK.html)에서 다운로드 받았다. GADM은 전세계 국가의 모든 하위 행정구역을 매핑하는 프로젝트로, 지도 데이터를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GADM에서 구분된 함경북도 내 18개의 시군 행정구역단위로 기후적합도의 평균값을 계산하였다. 기후적합도를 행정구역별로 값을 얻기 위해 QGIS의 구역 통계 함수를 사용하였다. 평균 기후적합도를 기준으로 기후적합도 지수는 ‘부적합’(≤ 22.6), ‘낮음’(22.6~40), ‘중간’(40~60), ‘높음’(60~80), ‘매우 높음’(≥ 80) 등 5개 범주로 구분하였다.
Ⅲ. 결과
1. 기후적합도의 임계점 설정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집된 기후적합도는 값이 높아질수록 알팔파의 관측 지점의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Fig. 3). Fuzzy Union 모형으로 추정된 기후적합도 지수는 80 이상에서 분포지점의 빈도가 높았다. 특히, 기후적합도가 100으로 추정된 지점의 경우 전체 분포 지점의 약 27%를 차지하였다. 알팔파 분포 지점의 90%가 포함되는 지점에서의 기후적합도 임계값은 22.6으로 설정되었다.
2. 미국 북부 지역에서의 기후적합도 분석
미국 북부의 주별 실제 알팔파 재배면적과 기후적합도로 모의된 알팔파 재배면적(AS , Area of Suitability)을 비교한 결과, 일정 수준의 정의 상관관계가 있었다(Fig. 4). 특히, Fuzzy Union 모델로 계산된 기후적합도는 미국 북부지역에 위치한 재배면적의 변이를 약 44%정도 설명하였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뉴욕 주에서는 기후적합도가 높은 셀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반면, 와이오밍, 사우스 다코타, 네브래스카 주의 경우, 많은 셀들이 임계값 이상의 기후 적합도를 가졌으나 개별 셀들의 기후적합도 값은 낮았다.
3. 함경북도에서의 기후모형별 기후적합도 분석
알팔파의 기후적합도 분포는 Fuzzy Union 모형의 입력자료로 사용된 기후자료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Fig. 5). 2090년대에 단일 기후 모형을 입력 자료로 사용하여 얻어진 예측자료 중 INM-CM5-0, MPI-ESM1-2-HR 및 MRI-ESM2-0 모형들을 사용한 자료는 대부분의 행정구역에서 기후적합도를 높게 예측하였다. 반면 UKESM1-0-LL, ACCESS-CM2 및 BCC-CSM2-MR 모형들을 사용하여 예측된 자료에서는 기후적합도를 낮게 예측하였다. 예를 들어, INM-CM5-0 모형 자료를 사용하여 계산된 무산군과 명천군의 경우 기후적합도는 각각 73과 74이었다. 반면, UKESM1-0-LL 모형자료를 사용하여 얻어진 무산군과 명천군의 기후적합도는 각각 21과 52이었다.
2090년대를 대상으로 개별 기후모형 자료를 입력자료로 사용하여 예측된 기후적합도 편차가 행정구역별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Fig. 6). 평균적으로 행정구역별 기후적합도의 편차는 약 36%이었다. 편차가 높은 지역은 대부분 내륙에 위치하였으며, 편차가 낮은 지역은 동해안에 인접한 행정구역들이었다. 예를 들어, 미래 시점에서 기후적합도의 편차가 큰 지역은 무산군, 온성군 및 경원군이었으며 편차가 작은 지역은 명천군, 어랑군과 김책시였다.
기후모형자료들을 사용하여 얻어진 행정구역별 기후적합도의 변동계수는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증가하였다(Fig. 7). 2090년대에 변동계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온성군으로 약 70% 이상이었다. 반면, 변동계수가 낮은 지역은 명천군으로 2090년대의 변동계수는 약 12%이었다.
4. 미래 기후조건에서의 앙상블 기후적합도 분석
현재 기후조건에서 함경북도 북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알팔파의 기후적합도가 높을 것으로 분석되었다(Table 4). 예를 들어, 북부의 경원군, 온성군과 남부의 명천군, 화대군에서 기후적 합도가 85 이상이었다. 반면, 함경북도 중앙에 위치하며 대부분 지역이 산지인 연사군의 경우 기후적합도가 40 이하이었다.
미래 기후조건에서는 현재에 비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후적 합도가 감소하였다(Table 4). 또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함경북도 전체적으로 알팔파 재배적지 감소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Fig. 8). 특히, 온성군과 경원군의 경우 2030년대에는 기후적합도가 현재 대비 25% 감소하였으며, 2090년대에는 67%가 감소할 것이라 전망되었다. 현재 기후(1970~2000년)에서 적합성이 ‘높음’ 이상으로 모의된 지역은 온성군, 경원군을 포함한 총 16개 지역이었으며, 적합성이 ‘낮음’을 보인 지역은 연사군이었다. 그러나, 2090년대에서 기후적합도는 연사군, 명간군을 제외한 모든 행정구역에서 부정적으로 변화하였다. 특히, 온성군, 경원군에서는 미래시점의 기후적합도 범주가 ‘낮음’으로 변화하였다. 반면, 함경북도 남부 지역에 위치한 김책시, 화대군, 명천군, 명간군 등 4개의 행정구역에서는 현재기후에 비해 기후적합도가 감소하였지만 2090년대에도 62~64의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적합도가 ‘높음’으로 유지되었다.
Ⅳ. 고찰
본 연구 결과는 함경북도 지역에서 알팔파의 미래 기후적합도가 현재에 비해 감소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미래 기후 변화 조건에서 온도의 변화가 기후적합도 지수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90년대의 연 강수량의 경우,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변동이 있었지만 적정 범위 내에 위치했다. 반면, 최대 온도의 경우 여름철(6~8월) 온도 상승으로 인해 EcoCrop 데이터베이스에서 제시된 최대 온도의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 예를 들어, 현재 기후 조건(1970~2000)에서 함경북도 7~8월의 최대 온도는 22℃였다. 반면, 2090년대의 함경북도 7-8월 최대 온도는 29.5℃이상이었다. 이는 전지구 평균온도가 과거 대비 5℃ 이상 상승하는 21세기 후반에는 함경북도에서도 하고현상에 의해 알팔파의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재배적합지를 판단하기 위해 기후적합도 지수의 임계값을 설정하여 적합도가 높은 지역을 선별하는 것이 유리하다. 본 연구에서는 GBIF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알팔파 분포지점의 90%가 포함되도록 임계값을 설정하여 알팔파의 재배적지를 추정하였다. 그러나, GBIF에는 농경지와 자연적으로 분포하는 알팔파의 공간 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알팔파 재배 지역과는 차이가 있다. 주요 곡물 작물들의 경우, 위성자료를 사용하여 특정 작물이 재배되는 지역을 나타내는 공간자료들이 생산될 수 있다(Chen et al., 2011;Jeong et al., 2011;Park et al., 2023). 반면, 알팔파와 같은 사료작물에 대해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라도 목초지 실태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재배지역에 대한 위치자료가 수집된다면 한반도에서의 적정 임계값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적합도를 사용하여 재배면적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기후조건에 맞는 최적의 작물이 재배되어야 한다는 가정을 만족해야 한다. 반면, 실제 작물 재배의 의사결정은 작물의 시장성이나 정책 등이 기후조건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Kim and Lee, 2002). 본 연구에서 기후적합도로 추정된 재배면적과 미시간이나 아이다호 주 등 일부 지역의 실제 재배면적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알팔파의 경우 미국 내 젖소 사육 두수의 감소와 식량 작물 재배 면적의 증가로 인해 재배 면적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다(Heo, 2008). 특히, 미시간 주는 기후적합도가 높은 셀이 많은 지역이었지만 옥수수나 대두 등 경합작물을 주요 작물로서 재배하기 때문에 알팔파의 재배 우선 순위가 낮았다. 이는 기후적합도를 사용하여 예측된 재배면적은 재배 가능 면적으로 해석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따라서, 북한과 같이 관측자료의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 얻어지는 기후적합도 전망값은 조사료 생산과 초지 생태계 복원을 위한 후보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개별 기후모델에서 사용된 대기 및 해양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각 모델에서 얻어진 미래기후 시나리오 자료들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Randall et al., 2007). 이에 따라, 이들을 기후적합도 모형의 입력자료로 사용하여 계산된 기후적합도 지수 역시 비교적 큰 변이가 나타났다. 또한, 미래 시점으로 진행됨에 따라 예측에 사용된 단일 기후모형의 변이가 증가하여 기후적합도 예측의 불확실도와 변동계수가 높아졌다. 이는 소수의 기후 모형 시나리오 자료를 사용할 경우 전망 결과의 불확도가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불확도를 줄이기 위해 모형 출력값들의 평균을 계산하는 앙상블 기법을 사용하여 기후적합도를 전망하였다. 앙상블 기법을 사용할 경우 기후예측자료의 보정 방법을 고도화하여 기후적합도 모델의 예측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Jo et al. (2022)는 벼의 생물계절 예측 모형을 예시로 분위사상법 기반의 기상자료 앙상블을 통한 보정 방법의 개선을 수행하였다. 다양한 기후모형의 결과값들을 입력값으로 사용하는 기법 이외에도 여러 작물 모델들의 결과를 사용하는 앙상블 기법 역시 불확실도를 줄일 수 있다(Martre et al., 2015). 예를 들어, Lee et al. (2016)와 Lee et al. (2021)은 종분포모델인 Maxent 모델을 사용하여 기후변화 조건에서의 한반도 내 오미자와 서어나무 및 개서어나무의 재배적지 변화를 분석하였다. 또한, Joh et al. (2023)은 SIMPLE 작물 모델을 이용하여 사료용 벼의 품종모수를 추정하여 수량 예측을 시도하였다. 여러 종의 작물모델과 기후적합도 모델이 사용된다면 재배적지 전망의 불확실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추후 연구에서 함경북도 지역 내 알팔파 이외에 헤어리베치 등의 타 두과 사료작물의 재배적합도가 분석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 된다. 본 연구에서는 함경북도 전 지역에서 미래기후 조건에서의 알팔파의 기후적합도가 현재 기후조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함경북도 내에서 알팔파의 재배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헤어리 베치의 경우, 생육에 필요한 적정 온도는 26.27 ± 1.72°C, 최대 온도는 34.68 ± 1.59°C로 보고되었다 (Pessotto et al., 2023). 특히, 헤어리베치는 내한성이 뛰어나 함경북도의 추운 환경에서 잘 견딜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Duke (1981)는 헤어리베치가 연 평균 기온이 12℃ 이하인 지역에서도 생존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또한, 헤어리베치 역시 녹비작물과 피복작물로 유용하다. Kim et al. (2011)은 고령지에서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혼파한 농경지가 호밀을 단일 파종한 농경지보다 질소의 함량이 2.1~2.5배 높음을 보고하였다. Ryoo (2008) 은 대관령의 800m 고랭지에서 헤어리베치를 9월에 파종하여 녹비로 이용한 결과 156~164kg/ha의 질소 시비 효과를 본 것으로 보고하였다. Lee et al. (2005)은 고랭지 배추 재배지에서 헤어리베치를 파종하여 초생 재배할 경우 무재배구에 비해 70% 이상의 토양유실 경감효과를 확인하였다. 알팔파는 다년생인 반면, 헤어리베치는 월년생 식물이기 때문에, 함경북도에서 이들의 재배적지 연구를 진행할 경우 작부체계에 포함될 수 있는 사료작물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Kim and Kim, 1994;Kim et al., 2013).
Kim et al. (2021)은 수량예측모델을 사용하여 알팔파의 건물수량을 예측할 때 토양요인이 기후요인보다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특히, 토양 pH가 낮을수록 알팔파의 뿌리 성장 감소, 영양소 결핍을 야기하여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Fageria and Baligar, 2003). 북한은 농지 토양 중 60%가 산성토양으로, 알팔파의 생육을 위해서는 석회질 등 많은 양의 비료가 사용되어야 한다(Roh et al., 2001). 비료의 사용이 원활하지 못한 함경북도의 특성상, 실제 알팔파의 재배적합 지역은 기후적합도가 높은 지역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토양 조건이 포함된 재배적합도 예측 모형의 개발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Ⅴ. 요약
함경북도의 개간된 경사지의 작물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두과 조사료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함경북도에서 두과 조사료인 알팔파를 대상으로 재배 가능지역을 파악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한 사료작물 재배 관련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작물의 기후적합도를 예측하는 Fuzzy Union 모형을 사용하여 현재와 미래조건에서 함경북도 내 알팔파의 기후적합도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Fuzzy Union 모형으로 예측된 기후적합도와 미국 북부 지역의 실제 알팔파 재배 면적을 비교하였다. 또한, 전지구 기후모형 11종으로부터 얻어진 기후자료를 기후적합도를 계산하기 위한 입력자료로 사용하여 미래 기후변화 조건에서의 예측 불확도를 확인하였다. 미국 북부 지역을 대상으로 기후적합도의 주별 면적은 실제 알팔파 재배면적 변이의 약 44%를 설명하였다. 미래 기후조건에서 알팔파의 기후 적합도는 함경북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예를 들어, 온성군과 경원군의 경우 현재 기후조건에서 기후 적합도가 88 이상으로 분석되었지만 2090년대에 약 66%가 감소하였다. 본 연구에서 Fuzzy Union 모델을 사용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알팔파 재배 적합지의 변동을 공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1세기 후반에는 함경북도 지역에서 알팔파의 기후적합도가 하고현상으로 인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추후에는 토양 조건을 반영하여 알팔파의 재배 적합지를 예측하고, 이와 함께 헤어리베치 등의 타 두과 사료작물의 기후적합도의 예측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