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우리나라에서 호밀은 추위에 강하고, 봄철에 빨리 수확할 수 있어 답리작에서 조사료용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 후변화에 따라 월동작물의 작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배 안정성이 높은 호밀의 재배 확대가 지속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수량이 많고 수확시기도 빠른 우수한 호밀 품종이 여러 개가 육성되었으나( Ha et al., 1989, 1990;Heo et al., 1998;2003, 2004, 2009a, 2009b;Hwang et al., 1985, 1987), 그들은 타가수정을 하면서 도복이 잘 되어 호밀이 꽃피는 봄철에 비가 자주 내리는 국내 기후 특성상 채종량이 적 고 또 수확시기가 우기와 겹쳐 수확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종자를 거의 전량 도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타가수정으로 인한 종자 의 불균일성으로 국내산 호밀 종자를 식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 하기도 부적합하다.
호밀은 제꽃가루를 수분하여도 수정이 일어나지 않거나 종자 가 맺지 않는 자가불화합성으로, 제꽃가루로는 종자가 맺히지 않 는 타식성 작물이다(Lundqvist, 1956). 그러나 자가화합성의 형 태의 호밀 계통이 발견되었으며, 그것은 자가불화합성을 조절하 는 3개의 복대립 유전자좌인 S, Z, T 중 하나의 돌연변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Voylokov, 2007). 그러나 자식계 호밀 돌연변 이체는 잡종강세육종에 유용하지만, 그 자체를 농업현장에 활용 한 경우 자식열세로 인해 건물수량이나 종자 생산성이 낮아 실용 화하는 데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국내의 재배환경에 어울리고 종자를 안 정적으로 채종할 수 있으면서 종자가 균일하여 식용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향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잡종강세 육종에 양친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자식계 호밀 품종의 육성하고자 하였으며, 그 결 과를 보고하는 바이다.
Ⅱ. 재료 및 방법
1. 육성경위
‘중모2509’는 국내 환경에 잘 어울려서 조사료 생산성이 있으면서 종자가 균일하여 식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호밀 품종을 육성하고자 개발되었다. 잡종은 1999년도에 자가불화합성 타식계인 ‘올호밀’을 모본으로 하고, 자가화합성 자식계인 ‘Synthetic Ⅱ’를 부본으로 인공 교배하여 만들었다. 이 때 만들어진 F1 세대는 계통육종법에 의해 계통을 전개하였으며, 종자의 결실 특성이 자식성인 계통만을 선발하 여 자식률이 높은 ‘SR99003-193-8-3-2-2’를 최종적으로 선발하였 다. 이 계통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력검정시험을 하였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호밀56호’의 계통명으로 지역적응시험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호밀56호’는 자식계 호밀이고, 농업적 특성도 좋아 ‘중모2509’로 품종명을 명명하였다.
2. 시험방법
지역적응시험은 수원에서는 전작으로, 청원⋅익산⋅대구에서 는 답리작으로 각각 실시하였다. 파종기는 수원이 10월 상순, 청 원이 10월 중순, 익산과 대구가 10월 하순이었다. 파종방법(휴폭 × 파폭 × 휴장)은 전작이 25 cm × 5 cm × 6m의 세조파를, 답리 작은 150 cm × 120 cm × 6m의 휴립광산파를 하였으며, 파종량 은 전작이 120 kg/ha, 답리작이 150 kg/ha 이었다. 시비량은 진단 시비를 하여 보리 표준시비량인 ha당 질소 91, 인산 74, 칼리 39 kg의 30 %를 증비하였고, 시비방법은 질소를 수원이 기비 50 % : 추비 50 %, 청원⋅익산⋅대구가 기비 40 % : 추비 60 %로 분 시하였으며, 인산과 가리는 전량 기비로 시용하였다. 수확은 출수 기로부터 10일경에 하였고, 생초수량은 전체구를 예취하여 ha당 수량으로 환산하였다. 건물수량은 각 품종별로 생초수량을 평량 하고 난 후 1 kg을 취하여 70 ℃에서 60시간 건조 후 건물률을 산출한 다음 생초수량을 곱하여 ha당 수량으로 환산하였고, 4 ℃ 저온 저장고에 보관하여 조사료 분석용 시료로 이용하였다. 기타 생육관리는 농촌진흥청 표준재배법에 준하였고 생육, 수량특성, 내한성 및 병충해 저항성 등의 관련 조사는 농촌진흥청 동계작물 신품종개발 공동연구 계획서의 조사기준에 준하여 실시하였다 (RDA, 2013a, 2013b). 육성계통의 조사료 품질평가를 위하여 조 단백질은 AOAC법(1995), NDF (neutral detergent fiber)와 ADF (acid detergent fiber)는 Goering과 Van Soest (1970)의 방법으 로 분석하였다. TDN 함량은 88.9 -(0.79 ×%ADF)의 계산식을 이용하여 산출하였다(Holland et al., 1990). 자식률은 출수하는 이삭에 유산지 봉투를 씌워 타화수분을 방지한 후 결실기에 수확 하여 이삭 내 전체 영화수에서 종자가 맺힌 수를 세어 백분율로 환산하였다. (그림1)
Ⅲ. 결 과
1. 고유특성
호밀 품종 ‘중모2509’의 고유특성은 Table 1에서와 같다. ‘중 모2509’의 초형은 직립으로 표준품종인 ‘곡우’와 같다. 또한 ‘중 모2509’의 잎은 녹색이고 중간 크기로 표준품종과 같으나 길이는 다소 긴 편이다. 줄기는 황백색으로 중간 정도의 굵기로 표준품종 과 같다. ‘중모2509’의 종실은 황갈색이며 작은 크기로, 종실의 크기가 중간인 표준품종 ‘곡우’와 구별된다.
2. 출수기
‘중모2509’의 출수기는 Table 2에서와 같이 지역적응시험지 전체에서 평균 4월 23일로 표준품종인 ‘곡우’의 4월 18일에 비해 5일 늦었다(p<0.05). 지역별 ‘중모2509’의 출수기는 남부지방인 대구에서 평균 4월 16일로 가장 빨랐고, 중부지방인 수원에서 평 균 4월 26일로 가장 늦었는데, 대구와 수원 간에는 10일의 출수 기 차이를 보였다. 표준품종인 ‘곡우’ 또한 대구에서 4월 12일로 출수가 가장 빨랐으나 수원, 청원, 익산에서는 4월 20일∼21일로 늦었지만 세 지역간 차이는 없는 편이었다. 출수기의 연차간 차이 는 ‘중모2509’이 11일로 ‘곡우’와 같은 경향이었다.
3. 초장
출수기로부터 10일경에 평가한 ‘중모2509’의 초장은 Table 3 에서와 같다. ‘중모2509’는 시험지 평균 124 cm로 표준품종인 ‘곡우’의 138 cm와 비교할 때 14 cm가 작았다(p<0.05). 지역별 로 볼 때 ‘중모2509’의 경우 대구가 평균 150 cm로 가장 컸으며, 청원이 105 cm로 가장 작았고, 표준품종인 ‘곡우’는 대구에서 160 cm로 가장 컸고, 익산에서 127 cm로 가장 작았다. 초장의 연차간 차이는 ‘중모2509’이 9 cm로 ‘곡우’의 7 cm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4. 내재해성
수원, 청원, 익산 및 대구 등 4개 지역의 지역적응시험에서 평 가한 ‘중모2509’의 내재해성은 Table 4에서와 같다. 포장 내한성 은 평균 1로 표준품종인 ‘곡우’의 1과 대등한 수준이었다. 도복은 시험기간 전혀 발생하지 않아 2등급 정도의 도복이 발생한 표준 품종인 ‘곡우’보다 강하였으며, 국내 답리작의 조사료 생산 환경 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습해나 병해 또한 없었다.
5. 조사료 생산성
출수기 후 10일에 평가한 ‘중모2509’의 ha당 생초수량은 Table 5에서와 같다. 생초수량은 시험지 전체에서 평균 35.2톤으 로 표준품종인 ‘곡우’의 37.9톤에 비해 93% 수준이었다(p<0.05). 지역별 ‘중모2509’의 ha당 생초수량은 대구에서 각 40.8톤으로 가장 많았고, 수원과 익산에서 각각 32.6톤과 32.0톤으로 낮았다. 표준품종의 경우 대구에서 39.9톤으로 가장 많았지만 익산과 청 원에서 각각 36.8톤, 36.2톤으로 적은 편이었다.
건물수량은 Table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험지 전체에서 ha 당 평균 7.60톤으로 표준품종인 ‘곡우’의 8.52톤에 비해 적었다 (p<0.05) 지역별로는 익산에서 8.01톤으로 건물수량이 가장 많았 고, 청원에서 7.01톤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표준품종인 ‘곡우’는 수원에서 10.1톤으로 건물수량이 가장 많았고, 대구에서 7.66톤 으로 적었으며, 건물수량에 대한 지역간 편차는 ‘중모2509’에 비 해 표준품종이 조금 더 큰 경향이었다.
6. 사료가치
경기도 수원에 소재한 국립식량과학원의 시험포장에서 출수기 로부터 10일 후에 수확한 총체시료로 평가한 ‘중모2509’의 사료 가치는 Table 7에서와 같다. ‘중모2509’의 조단백질 함량은 9.4 %로서 표준품종 ‘곡우’의 8.0 % 보다 1.4 %가 높았다(p<0.05). ‘중모2509’의 ADF와 NDF 함량(%)은 각각 42.1 %와 68.2 % 로, ‘곡우’의 42.9 %와 70.3 % 보다 낮아 TDN 함량이 55.7 %로 ‘곡우’의 55.0 % 보다 약간 높았다(p<0.05). 그러나 건물수량과 TDN 함량을 기반으로 산출한 ha당 TDN 수량은 3.69 톤으로 4.08톤인 ‘곡우’ 보다 적었다(p<0.05).
7. 자식률과 종실 생산성
출수기에 이삭에 봉투를 씌워 타화수분을 억제시킨 후 이삭 내 전체 영화수에서 종자가 맺힌 수로 평가한 ‘중모2509’의 자식률 은 Table 8과 같이 평균 56.2 %를 보였으며, 표준품종인 ‘곡우’ 는 전혀 자식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0 %를 나타내었다. ‘중모2509’의 수량구성요소와 단위면적당 종자 생산량은 Table 9 에서와 같다. ‘중모2509’은 ‘곡우’에 비해 수장이 짧고, m2당수수 가 52개, 1수립수가 18개가 적었으며 천립중이 3.8 g 가벼워서 결국 단위면적당 종실수량이 ha당 2.08톤으로 4.90톤인 ‘곡우’ 보다 58 %가 적었다.
Ⅳ. 고 찰
호밀은 다른 식물체로부터 꽃가루를 받아야만 종자를 맺을 수 있는 대표적인 타식성 작물로서, 통상 호밀이라고 하면 제꽃가루 로는 종자가 맺히지 않는 타식성 호밀을 일컫는다(Barnett et al., 2002;Lundqvist, 1956). 방임수분에 의해 종자를 결실하는 호밀 품종은 ① 집단을 유지하기 쉽고, ② 특정 지역의 토양이나 환경 에 적응력이 좋으며, ③ 다양한 유전적 다양성을 가진 집단일 뿐 아니라, ④ 잡종성으로 인해 재해에도 저항성이 있는 장점이 있다 (Voylokov, 2007). 그러나 방임수분 호밀은 키가 크고, 도복이 잘 되기 때문에 자가불화합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계통은 빈약 한 종자 채종성을 보인다(Barnett et al., 2002;Lundqvist, 1956).
이번에 개발된 ‘중모2509’ 품종도 타식성 호밀에 비해 초장이 작고, 조사료 생산성이 낮으며, 종실 수량이 적었다(Table 3, 5, 6, 9). 하지만 ‘중모2509’는 앞서 개발된 타식성 ‘곡우호밀’에 비 해 좋은 환경에서의 조사료와 종실 수량 등은 다소 떨어지나 초 형이 직립이고 잘 쓰러지지 않아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이상기상 환경에서 품질 좋은 조사료 생산에 유리하다. 또한 ‘중모2509’는 자가화합성으로 제꽃가루받이(자식)에 의해 종자가 맺힌다(Table 8). 즉 자식성 호밀로 개화기에 쓰러지거나 비, 바람 등 열악한 기상환경이 발생할 경우 수분 장해를 줄일 수 있어 일정의 채종 량을 확보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사료되었다.
특히, ‘중모2509’는 순도 높은 종자 생산 이외에도 타식성 작 물에서 1대잡종 호밀을 만드는데 폭넓게 활용되는 잡종강세육종 의 양친으로서 가치가 있다. 외국에서는 높은 종실 수량을 얻기 위해서 1대잡종 호밀이 육성되었으며(Havey, 2004;Tomerius et al., 2008), Fehr(1987)에 의하면 호밀의 1대잡종은 양친에 비해 종실 수량을 월등히 많았다고 보고하였다. 독일에서 육성한 1대 잡종 품종은 기존에 방임수분품종보다 10∼20 % 정도 많은 종실 을 생산한다고 한다고 하였다(Geiger and Miedaner, 2009).
본 연구에서 확인한 바 자식성 호밀은 본래 타식성인 호밀에 비해 자식열세현상으로 인한 생육의 강건성과 조사료 및 종실 생 산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옥수수, 채소류 등 타식 성 작물에서 근교계의 육성 및 선발을 통해 잡종강세를 이용한 제1대잡종 품종 육성과 활용이 보편화돼 있고, 그의 생산성 증대 도 입증되었다(Budar and Pelletier, 2001).
‘중모2509’는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자식성 호밀 품종이다. ‘중모2509’가 가지고 있는 종자의 자가수정 능력, 식물체의 직립 성, 높은 조단백질 함량 등 유용한 특성에 대한 활용은 앞으로 우 리가 발전시켜야 할 과제이다.
Ⅴ. 요 약
‘중모2509’는 국내의 재배환경에 어울리고, 조사료용이지만 종자가 균일하여 식용으로의 활용이 가능한 국내 최초의 자식계 호밀 품종이다. 품종은 1999년도에 자가불화합성으로 타식성 품 종인 ‘올호밀’을 모본으로 하고, 자가화합성으로 자식계인 ‘Synthetic Ⅱ’을 부본으로 인공교배하여 만들었다. ‘중모2509’는 중간 크기의 녹색이고 다소 긴 잎, 황백색 줄기와 작고 황갈색인 종실을 가졌다. ‘중모2509’는 출수기가 4월 23일로 기존의 타가 수정 품종인 ‘곡우’의 4월 18일보다 5일 늦지만, 내한성⋅습해⋅ 병해는 대등하였으며, 도복은 강하였다. 건물수량은 ha당 7.60톤 (생초수량 35.2톤)이고, 종실수량이 2.08톤으로 ‘곡우’보다 적었 다. 그러나 자식에 의해 종자가 생산된 자식률은 56 %로, 자식에 의해 임실이 되지 않은 ‘곡우’와 대조되었다. ‘중모2509’는 조단 백질 함량(9.4 %), 가소화영양소총량(55.7 %)이 표준품종인 ‘곡 우’(8.0 %, 55.0 %) 보다 높았다. ‘중모2509’는 초형이 직립이고 내도복성이기 때문에 밀식 기계화 재배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향 후 이 품종은 순도 높고 종실수량이 많은 식용 및 조사료용 호밀 품종육성을 위한 중간모본으로 활용과 더불어 고품질 원료의 요 구도가 높은 식가공 분야에 균일⋅안정성이 확보된 국내산 호밀 종자로 제공이 기대된다.